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 땅의 81%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지도에서 보면 엄청나게 크게 느껴지는 이 땅에 실제로 사는 사람이 고작 5만 6천 명 정도라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한동안 그 숫자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 곳이 여행지로서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살아가는 공간으로서는 어떤 곳인지를 함께 생각하게 됐습니다.

크루즈가 최선일까? 직접 따져봤습니다
그린란드 여행을 검색하면 거의 예외 없이 크루즈를 권합니다. 일반적으로 크루즈가 그린란드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크루즈가 유리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린란드는 도시 간 도로가 사실상 없습니다. 피오르드(fjord)가 해안선을 복잡하게 갈라놓고 있어서 육로 이동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피오르드란 빙하가 깎아낸 좁고 깊은 만을 말하는데, 그린란드의 해안선은 이런 지형이 겹겹이 쌓여 있어 도시와 도시 사이를 배나 비행기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지형 특성상 크루즈가 여러 지점을 한 번에 연결해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
그런데 크루즈는 배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중심입니다. 실제로 이누이트(Inuit) 마을에 발을 딛고, 그 사람들이 먹는 것을 맛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여행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누이트란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권 원주민을 가리키는 말로 그린란드 인구의 약 89.5%가 이누이트 혈통입니다. 만약 그린란드의 '풍경'이 목적이라면 크루즈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 땅의 '삶'이 궁금하다면, 크루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그린란드는 도시 간 연결 도로가 없어 항공 또는 해상 이동이 필수
- 크루즈는 피오르드·빙하 등 자연경관 접근에 유리
- 이누이트 문화 체험을 원한다면 현지 체류형 여행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
- 수도 누크는 2024년 공항 확장으로 국제선 접근성이 크게 개선됨

빙하가 녹고 있다는 말,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가
그린란드 빙상(ice sheet)은 그린란드 전체 면적의 81%를 덮고 있습니다. 빙상이란 넓은 대륙 위에 두껍게 쌓인 거대한 얼음층을 의미하는데, 이 얼음이 통째로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약 7.4미터 상승합니다. 숫자만 들으면 실감이 잘 안 오는데 해안 도시들 대부분이 수몰된다는 뜻입니다.
NASA의 관측 자료에 따르면, 그린란드 빙상은 2002년 이후 매년 평균 2,660억 톤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1996년 이후 단 한 해도 질량을 유지한 해가 없었다는 기록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빙상이 줄어드는 것 자체는 알고 있었는데 '한 해도 예외 없이'라는 부분은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2012년, 2019년, 2021년에는 대규모 용해 사건(mass melting event)이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용해 사건이란 빙상 전체 표면이 일시적으로 녹으면서 새 눈이 쌓이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2021년에는 관측 역사상 처음으로 그린란드 최고 지점에 비가 내렸는데 그 연구소에 우량계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이 상황이 얼마나 전례 없는 일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여행자 입장에서 이 흐름이 불안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2025년 1월 기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그린란드 호수의 상태가 '파란색'에서 '갈색'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질과 생태계 전반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우리가 지금 보는 그린란드의 풍경이 10년 뒤에도 같은 모습일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세계 최고 자살률, 낙원처럼 보이는 곳의 이면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2021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연간 8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는 덴마크보다 약 8배 높은 수치입니다. 알코올 의존율도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습니다. 저는 이 수치들을 보면서 북극곰이 살고 빙하가 반짝이는 그 풍경이 거기 사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문제를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18세기 덴마크의 식민화 과정에서 이누이트 전통 문화는 억압받았습니다. 전통 드럼 의식인 킬라우테르소르네크(kilaarutissorneq)는 기독교 선교사들에 의해 이교도의 것으로 금지됐고, 이누이트 고유의 세계관과 공동체 구조가 오랜 기간 훼손됐습니다. 킬라우테르소르네크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공동체의 갈등을 해결하고 영적 의례를 수행하는 사회 제도였습니다. 그 기반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섰는지를 생각해보면 현재의 사회 문제가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
게다가 1960~70년대에는 덴마크 정부 주도하에 이누이트 여성과 소녀 약 4,500명에게 자궁 내 장치(IUD)가 강제 시술되기도 했습니다. 일부는 12세 소녀에게 부모 동의 없이 행해졌습니다. 이 사실이 공식 조사 대상이 된 것은 2022년의 일입니다. 여행지로서 그린란드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땅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역사는 꽤 다른 층위에 놓여 있습니다.
지정학적 요충지가 된 땅, 그린란드의 현재
그린란드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빙하 때문만이 아닙니다. 2025년부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그린란드 합병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외교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덴마크 국방정보국은 2025년도 위협 평가에서 미국을 러시아, 중국과 나란히 안보 위협 요소로 분류했습니다. 동맹국이 동맹국을 위협 목록에 올린 셈입니다.
이 상황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닙니다. 미국은 1946년에 이미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사려 했고, 덴마크가 거절하자 1951년 그린란드 방위 협정을 통해 군사 기지를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현재 피투피크 우주기지(Pituffik Space Base)가 그 결과물인데, 피투피크 우주기지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 정보를 제공하는 전지구 센서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입니다. 그린란드가 북극해와 대서양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사실이 이 모든 관심의 근본 이유입니다.
한편 그린란드 내부적으로는 독립을 향한 흐름이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1979년 자치권(home rule), 2009년 자기결정권(self-rule)을 단계적으로 획득했고, 그린란드어가 2012년부터 유일한 공식 언어로 지정됐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린란드는 지금 외부의 강한 압력과 내부의 정체성 회복 사이에서 꽤 복잡한 균형을 잡고 있는 중입니다.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역사가 쓰이고 있는 땅입니다.
그린란드는 분명 보기 드문 풍경을 가진 땅입니다. 거대한 빙하, 깊게 파인 피오르드, 인구 밀도가 거의 없는 광활한 공간. 이런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 지구에 많지 않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행은 그 땅의 아름다움과 그 땅의 무게를 같이 보는 데서 나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 식민지 시절의 강제 피임 역사, 강대국들의 영유권 다툼이 지금도 진행 중인 현실. 이것들을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여행의 깊이를 다르게 만듭니다.
지금 당장 그린란드행 크루즈를 알아보고 싶다면 수도 누크가 2024년 공항 확장을 마쳐 접근성이 나아진 지금이 그나마 현실적인 시점입니다. 빙하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금 보는 풍경이 가장 원형에 가까운 모습일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A%B7%B8%EB%A6%B0%EB%9E%80%EB%93%9C